번지없는 주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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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대중가요는 일제의 검열을 피해 추상적이고 비유적인 표현을 써서 민족의 설움을 노래한 곡들이 많았습니다.
백년설이 불러 큰 히트를 기록한 이 번지없는 주막도 당시 나라 잃은 설움에 지친 민족의 아픔과 이름마저도 일본식으로 바꾸어야 했던 시대의 상처를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주막’에 빗대어 노래했다고 합니다.
1940년 여름, 작사가 박영호가 백두산을 오르다가 비를 피해 찾은 이름도 없는 허름한 주막에서 주막집 주인과 밤새 도토리 술을 따라 마시며 지은 이 노래가사는 이재호에 의해 곡이 입혀지고 백년설의 목소리로 그렇게 빛을 보게 됩니다.
비 내리는 밤, 먼 길을 떠나기 위해 석별의 잔을 초라한 주막에서 나누는 그 사연을 지금 우리가 어찌 알겠습니까마는, 그래도 그렇게 흐르는 노래 속에서 당시의 아픔을 가만히 되짚어보는 것도 분명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요.
가사
1.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주막에
궂은비 나리는 이 밤도 애절 구려
능수버들 태질하는 창살에 기대어
어느 날짜 오시겠소 울던 사람아
2.
아주까리 초롱 밑에 마주 앉아서
따르는 이별주에 밤비도 애절 구려
귀밑머리 쓰다듬어 맹세는 길어도
못믿겠소 못믿겠소 울던 사람아
3.
깨무는 입술에는 피가 터졌소
풍지를 악물며 밤비도 우는구려
흘러가는 타관길이 여기만 아닌데
번지없는 그 술집을 왜 못 잊느냐
* 시대별 발표에 따라 가사가 조금씩 틀리거나 추가되기도 하였습니다.